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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음에../음율속의선률

나는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Vladimir Vladimirovich Mayakovsky
(V.V 마야코프스키)



으레 그런 법

태어날 땐 누구나 사랑의 씨와 함께
하지만 직업
수입 및
기타 등등의 와중에서
가슴의 토양은
하루하루 굳어져만 가지.
심장은 몸통 속에
그리고 몸통은 셔츠 속에 있는데
그것두 모자라
어느
멍청이가
커프스를 만들어내고
가슴팍에 빳빳하게 풀을 먹였지.
다 늙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여자는 화장을 하는 둥
남자는 뮐러 식 체조를 하는 둥 난리 법석
그러나 너무 늦은 걸.
살가죽엔 주름이 쭈글쭈글
사랑의 꽃은 피고
또 피다가
오그라들지.


어린 시절

나도 사랑을 적당히 타고났지
그렇지만 인간이란
어린 시절부터
버릇을 배워야 한다지
나는 -
리온 강가로 달아나
하릴없이
쏘다녔지
엄마는 화를 내셨어
<못된 녀석!>
아빠는 허리띠로 때려주겠다고 으르렁거렸고.
한데 나는
3루불 짜리 위조 지폐를 손에 넣고는
담장 아래서 군인들과 노름을 했지.
셔츠도 안 입고
맨발로
꾸따이스의 땡볕에서 일광욕을 했어.
등허리를 햇빛에 태우고
그 다음엔 배를 태웠지
창자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까지
햇님도 아마 놀랐을 거야.
<아니 저렇게 작은 녀석이 ,
잘 보이지도 않게 작은 녀석이
그래도
감정은 제법 풍부한데!
저 작은
몸 속에
태양과
강과
산을 위한
공간이 있을까?!>




어른 시절

어른들은 나름대로 할 일이 있지
주머니엔 돈이 들어 있고.
사랑하고 싶다고?
어서 하시지!
백 루블 정도만 지불하라고.
그런데 나는
집도 없이
찢어진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눈알을 굴리며
하릴없이 쏘다녔지.
밤.
번지르르 차려입고
마누라와 과부의 품에서 휴식을 취하라.
나를 뜨겁게 포옹하는 것은
모스끄바
끝없는 사도바야 거리가 굴레처럼 조여온다.
연인들의
가슴은
시계처럼 똑딱똑딱
환희에 찬 남녀는 사랑의 침상에 누워 있지.
그러나 나는 스뜨라스뜨나야 광장에 누워
수도의 거친 박동에
귀기울인다
심장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활짝 -
태양과 웅덩이를 향해 나를 연다.
정열을 다오!
사랑을 다오!
심장을 다스릴 기력이 내겐 없다
심장이 사람 몸의 어디에 박혔는지 나는 알아
가슴속에 심장이 있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하나 내 몸은
완전히 아수라장
몸의 여기저기에서
심장이 아우성친다
아, 도대체 몇 개나 되는지,
달구어진 육체에
봄처럼 설레는
심장이
스무 개나 박혔다!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심장, 참을 수 없는 무게,
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무게.



나는 부른다

천하 장사처럼 심장을 들어올렸다
곡예사처럼 절묘하게 심장을 들어날랐다
선거인을 소집하듯
불난 마을의
주민들이
아우성치며
북을 쳐대듯이 -
나는 불렀다,
<자 여기 있소!
여기!
가져가시요!>
거인의 탄식 -
그러자 부인네들은
쳐다도 안 보고
먼지처럼
흙바람처럼
눈보라처럼
로켓의 불꽃처럼
나한테서 비켜났다.
<좀더 작은 걸로...
탱코처럼 부드러운 걸로....>
나의 짐은 너무 무거워 들 수가 없다
그런데도 나는 들고 간다
버리고 싶다
그러나
버리질 못한다!
갈빗대는 휘어지고
새장 같은 가슴은 그만 터져 버렸다.





네가 왔다 -
그 냉랭한 태도란.
포효,
덩치,
흘끗 보더니
아직도 내가 한낱 소년임을 간파해
나를 사로잡고
내 심장을 앗아갔다.
계집아이가 공을 가지고 놀 듯
내 심장을 가지고
그냥 놀이를 즐긴다.
처녀고
유부녀고
마치 못 볼 것을 본 양
호들갑을 떤다.
<그런 남자를 사랑해요?
그런 막무가내 사내를!
조련사나 뭐 그런 걸 거예요.
동물원에서 왔을 거예요!>
나는 기쁨에 떤다
짐을 벗었으니까
무겁지 않으니까!
환희에 들 떠 정신 없이
새신랑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얼마나 기쁘던지
날 것만 같았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

함대는 항구로 모이고
기차는 역으로 모인다
그러니 나는 어떻겠는가.
너를 사랑하는 나!
너에게 끌리는 건 당연한 일.
뿌쉬킨의 <인색한 기사(騎士)>가
지하 창고로 내려와 쌓아둔 보화를 음미하듯
사랑하는 이여,
나는 너에게 돌아가
나의 심장
나의 보화를 음미하리.
사람들이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와
면도기와 비누로 하루의 더러움을 씻어내듯
나 또한 그렇게
너에게 돌아가리 -
너는
나의 집!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무에서 무로 돌아가는 인생
나 또한 그렇게
너에게 돌아가리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영원히
하나가 되기 위해.



결론

말다툼도
떨어져 있음도
사랑을 어찌하지 못하리.
곰곰이 생각하고
보고 또 보아도
틀림없는 사랑
나는 맹세한다
나의 시를 엄숙하게 손처럼 쳐들고
변함 없이 진실하게
너를 사랑한다고!


 




서른 일곱에 권총 자살한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마야코프스키
(Vladimir Vladimirovich Mayakovskii)


 




1893년 그루지야의 바그다디에서 태어났으며
부친 사망 후 가족과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1908년 볼셰비키파에 가담하여
모스크바 위원으로 선출되었고,
선전선동 활동으로 형무소에 감금되었다.
석방 후 미술학교에 입학했으며,
이곳에서 부를류크를 만나면서 시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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