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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음에../음율속의선률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 억새풀 / 도종환 ♣ 당신이 떠나실 때 내 가슴을 덮었던 저녁 하늘 당신이 떠나신 뒤 내 가슴에 쌓이는 흙 한 삽 떠나간 마음들은 이런 저녁 어디에 깃듭니까 떠도는 넋처럼 가으내 자늑자늑 흔들리는 억새풀 ♣ 밤 노래 / 마종기 ♣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바람 부는 언덕에서, 어두운 물가에서 어깨를 비비며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마른 산골에서는 밤마다 늑대들 울어도 쓰러졌다가도 같이 일어나 먼지를 터는 것이 어디 우리나라의 갈대들뿐이랴. 멀리 있으면 당신은 희고 푸르게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슬프게 보인다. 산에서 더 높은 산으로 오르는 몇 개의 구름. 밤에는 단순한 물기가 되어 베개를 적시는 구름. 떠돌던 것은 모두 주눅이 들어 비가 되어 내리고 내가 살던 먼 갈대밭에서 비를 맞.. 더보기
부석사에서 저 멀리에 있는 소백산 새가 페루에서 죽다[http://blog.daum.net/zydeco]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 산이요 꽃 피고 잎 피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 그런 산이 아니라 그냥 먼 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 더보기
인간은 고독하다. 나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책을 덮게 한 최후의 지혜여, 인간은 고독하다! 우리들의 꿈과 사랑과 모든 광채있는 것들의 열량을 흡수하여 버리는 최후의 언어여, 인간은 고독하다! 슬픔을 지나 공포를 넘어 내 마음의 출렁이는 파도 깊이 가라앉은 알지 못할 깨어진 중량의 침묵이여, 이상이란 무엇이며 실존이란 무엇인가, 그것들의 현대화란 또 무엇인가, 인간은 고독하다! 로우마가 승리하던 날 로우마는 끝나고 말았다. 너의 이름은 가장 겸손한 최후의 수습자 무화과 나무의 그늘로 즐기던 상하(常夏)의 계곡과 그 경쾌한 회랑도로(廻廊道路)에서 너의 이름은 지금 그들의 전쟁이란 흉작의 몇몇 이삭들을 줍고 있을 뿐, 가장 아름답던 꿈들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우리는 깨어진 보석들의 남은 광채를 쓸고 있는 너의 검은 그림자를 .. 더보기
산정묘지(山頂墓地) 겨울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 바위와 바위의 결빙을 노래한다. 간밤의 눈이 다 녹아버린 이른 아침, 산정은 얼음을 그대로 뒤집어 쓴 채 빛을 받들고 있다. 만일 내 영혼이 천상의 누각을 꿈꾸어 왔다면 나는 신이 거주하는 저 천상의 일각을 그리워하리. 가장 높은 정신은 가장 추운 곳을 향하는 법 저 아래 흐르는 것은 이제부터 결빙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침묵하는 것. 움직이는 것들도 이제부터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침묵의 노래가 되어 침묵의 동렬에 서는 것. 그러나 한 번 잠든 정신은 누군가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는 한 깊은 휴식에서 헤어나지 못하리. 하.. 더보기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주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더보기
비에 관한 명상수첩 ■ 비에 관한 명상수첩 - 이외수 1 .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는 누군가가 나지막히 울고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2 .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3 . 비는 뼛속을 적신다. 뼈저린 그리움 때문에 죽어간 영혼들은 새가 된다. 비가 내리는 날은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새들은 어디에서 .. 더보기
이유 내게 목을 죄는 쇠사슬을 준다면 나는 순순히 응하진 않을거야 물어볼거야 내게 사랑을 원하고저 한다면 나는 쉽게 그것을 말하진 않을거야 침묵할거야 왜 내가 인정해야 하는지 왜 내가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그 대답을 들어야만 할까봐 그것이 내가 줄 최선의 것인지 나는 어떤 책임을 다 할 수 있는지 창문을 열어 새벽바람을 맡을까봐 꽃이 피는 이유를 꽃이 지는 이유를 함께사는 이유를 시기하는 이유를 기뻐하는 이유를 미움받는 이유를 죽어가는 이유를 기도하는 이유를 난 물어보고 싶어 살아가는 이유를 난 물어보고 싶어 함께 살아가는 이유를 이유/박창근 더보기
흐르는 세월속에서... 나이 사십(不惑)은 붙잡는 사람, 만날 사람 없지만 바람이 불면 가슴시리게 울렁이고 가슴이 먼저 어딘가를 향해서 젖어든다. 사.오십은 세월앞에 굴복해 버릴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마음이 시려진다. 시간의 지배를 받는 육체는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린다. 시간을 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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