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지은이 : 김대규
시낭송 : 김미숙
짧은 후기
새로 구입한 미러리스 카메라 A-7을 들고 북한산으로 향한다.
불광역 - 장미농원 - 엣성길 - 비봉 - 사모바위 - 문수봉 - 대남문 - 구기동으로...
성곽길의 멋진 단풍을 기대 했지만 이미 져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스산하다.
대남문에서 구기동 하산길에 남아 있는 단풍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열심히 찍어본다.
아직 카메라가 손에 익지 않아 사진이 제멋대로다.
언젠가는 내맘대로의 사진을 기대하며 이것 저것 열심히 만지며 기능을 익힌다.
내년에는 이 보다 더 멋진 풍경의 사진을 기대하며...
가을이 오는 날 / 김현승
구월에 처음 만난 네게서는
나프탈린 냄새가 풍긴다.
비록 묵은 네 양복이긴 하지만
철을 아는 너의 넥타인 이달의 하늘처럼
고웁다.
그리하여 구월은 가을의 첫입술을
서늘한 이마에 받는 달.
그리고 생각하는 魂이 처음으로
네 육체 안에 들었을 때와 같이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너의 눈은 지금 맑게 빛난다.
이달엔
먼 수평선이
높은 하늘로 서서히 바꾸이고,
뜨거운 햇빛과
꽃들의 피와 살은
단단한 열매 속에 고요히 스며들 것이다.
구월에 사드는 책은 다 읽지 않는다.
앞으로 밤이 더욱 길어질 터이기에
앞으론 아득한 별들에서
가장 가까운 등불로
우리의 눈은 차츰 옮아올 것이다.
들려오는 먼 곳의 종소리들도
이제는 더 질문하지 않는다.
이제는 고개 숙여 대답할 때다.
네 무거운 영혼을 생명의 알맹이로 때려
얼얼한 슬픔을 더 깊이 울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구월이 지나 우리의 마음들
갈가마귀처럼 공중에 떠도는 시월이 오면,
이윽고 여름의 거친 고슴도치는
산과 들에 누워
제 털을 호올로 뽑고 있을 것이다.
'그산에오르다 > 국내여행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서산 억새산행 (0) | 2016.10.23 |
---|---|
고궁과 북촌 한옥마을 나들이 (0) | 2014.11.05 |
관악산에서 바라본 멋진 풍경사진 (0) | 2014.07.24 |
철쭉이 아름다운 안양산 (0) | 2014.06.05 |
금산사를 품은 모악산 (0) | 2014.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