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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음에../음율속의선률

인간은 고독하다.















나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책을 덮게 한 최후의 지혜여, 인간은 고독하다! 우리들의 꿈과 사랑과 모든 광채있는 것들의 열량을 흡수하여 버리는 최후의 언어여, 인간은 고독하다!


슬픔을 지나 공포를 넘어 내 마음의 출렁이는 파도 깊이 가라앉은 알지 못할 깨어진 중량의 침묵이여, 이상이란 무엇이며 실존이란 무엇인가, 그것들의 현대화란 또 무엇인가, 인간은 고독하다!

로우마가 승리하던 날 로우마는 끝나고 말았다. 너의 이름은 가장 겸손한 최후의 수습자 무화과 나무의 그늘로 즐기던 상하(常夏)의 계곡과 그 경쾌한 회랑도로(廻廊道路)에서 너의 이름은 지금 그들의 전쟁이란 흉작의 몇몇 이삭들을 줍고 있을 뿐, 가장 아름답던 꿈들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우리는 깨어진 보석들의 남은 광채를 쓸고 있는 너의 검은 그림자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모든 편력에서 돌아오는 날 우리에게 남은 진리는 저녁 일곱시의 저무는 육체와 원죄를 끌고 가는 영혼의 우마차, 인간은 고독하다!

신앙을 가리켜 그러나 고독에 나리는 축복이라면 깊은 신앙은 우리를 더욱 고독으로 이끌 뿐, 내 사랑의 뜨거운 피로도 너의 전체를 녹일 수는 없구나! 추상으로도 육체로도 용해되지 않는, 오오, 너의 이름은 모든 애정과 신앙을 떠나 내 마음의 왕국에서 자유와 독립을 열렬히 호소하는구나! 그러면 우리를 고독케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잃어버린 지평선 저 풍요하던 창고들인가, 헬렌의 슬픈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 준 호우머의 詩들인가, 아니면 사랑이 가고 지혜가 오기 전 무성턴 저 무화과나무의 그늘들인가!

비록 그것들에 새로운 시간의 수액을 흐르게 하여, 현재와 미래의 꿈많은 여정을 주어, 詩를 산문으로 종합을 분석으로, 결핍을 생산으로 성장케 한들 그것은 또한 무엇인가? 나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책을 덮게 한 고독이여! 비록 우리에게 가브리엘의 성좌와 사탄의 모든 저항을 준다 한들 만들어진 것들은 고독할 뿐이다! 인간은 만들어졌다! 무엇하나 이 우리의 의지 아닌, 이 간곡한 자세, 이 절망과 이 구원의 두 팔을 어느 곳을 우러러 오늘은 벌려야 할 것인가!...인간은 고독하다/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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