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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음에../음율속의선률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 억새풀 / 도종환 ♣


당신이 떠나실 때
내 가슴을 덮었던 저녁 하늘
당신이 떠나신 뒤
내 가슴에 쌓이는 흙 한 삽
떠나간 마음들은 이런 저녁 어디에 깃듭니까
떠도는 넋처럼 가으내 자늑자늑 흔들리는 억새풀

 

 

 

 


♣ 밤 노래 / 마종기 ♣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 뿐이랴.
바람 부는 언덕에서, 어두운 물가에서
어깨를 비비며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마른 산골에서는 밤마다 늑대들 울어도
쓰러졌다가도 같이 일어나 먼지를 터는 것이
어디 우리나라의 갈대들뿐이랴.

 

멀리 있으면 당신은 희고 푸르게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슬프게 보인다.
산에서 더 높은 산으로 오르는 몇 개의 구름.
밤에는 단순한 물기가 되어 베개를 적시는 구름.
떠돌던 것은 모두 주눅이 들어 비가 되어 내리고
내가 살던 먼 갈대밭에서 비를 맞는 당신.
한밤의 어두움도 내 어리석음 가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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