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있음에../음율속의선률

추억에서의 헤매임

추억에서의 헤매임


장석남



1

추억이 아픈 모양이다
손톱 속으로 환한 구름이 보이고
길 모퉁이를 지키는 별이
낭하 긴 가슴을 눈여겨 쳐다본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눈발들에게 방을 내줄
커다란 나뭇잎
추억의 음악이 떨리는 모양이다
답십리 쪽에서 구겨진 도화지처럼 연기가 올라간다
황무지 다섯 평
나의 마음이
눈빛이 딱딱한 마른 물고기를 구워 소풍가고 싶어한다



2

옛집 집 앞 옥수수밭에 바람이 덮치나
가슴이 실타래처럼 얽힌다
얽힌 실타래 속 물고기 한 마리
입 속에 환한 불이 켜져 있다
어머니는 해마다 밭둑에 옥수수를 심어
우리집 울음을 대신 울게 했지 아침이면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옥수숫대가 있었어



3

새벽에 가을 나무를 보면
애정이 꽃피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이 다 바람 불어간 후
근심의 밑바닥을 바라보면
비로소 애정이 꽃피는,
가지들이 너무 무거웠으므로 나는 너그럽지 못했다
나는 오늘밤 마른 물고기를 타고
진흙별에까지 가야 한다
그곳에 두 눈 칭칭 동여맨 나의 사랑이 있으므로


-시집[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살아 있음에.. > 음율속의선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음을 주세요  (0) 2007.08.05
우산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0) 2007.08.04
쓸쓸한 일요일 오후  (0) 2007.07.29
산 너머 저 쪽에는  (0) 2007.07.25
쓸쓸한 환유  (0) 2007.06.17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