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대간칠정맥/백두대간[完]

백두대간 30구간(미시령 - 희운각대피소)



 

산행일자
2007. 10. 11, 날씨 맑음.



구간코스
미시령-황철봉-저항령-1250봉-1327봉-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가야동계곡-수렴동대피소-영시암-백담사
(총 거리 : 25.2 km, 산행시간 : 02시 10분에 미시령 출발, 14시 20분에 백담사 도착,







 

미시령은 고개 중의 별종(別種)

미시령은 참 이름도 많다. 그 중에도 오래인 기록의 이름은 『신증동국 여지승람』의 미시파령이고 오늘날은 다만 미시령으로 통한다. 50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무슨 곡절이 있었는지, 또 무슨 까닭으로 미시파령이 미시령에 이르렀는지 알 길은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부르기에 크게 다름이 없으니 다만 미시령은 아직도 본명을 따르는 셈이다. 어떤 이는 농담 삼아 미시파령(彌時坡嶺)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고개'라 하는데 그도 어차피 뜬구름 잡는 일에 다름 아니다.

도적 폭포에서 진부령 길이 시작되는 용대 마을의 '바람도리'까지는 10리 남짓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옛 글에 "동류동해(東流東海) 서류서해(西流西海)"라 하였다. 말 그대로 미시령 동쪽의 물은 동해로 가고 서쪽의 물은 서해로 간다는 뜻이다. 고갯마루에서 서쪽으로 운명을 바꾸어 도적 폭포로 떨어지는 골 물은 장차 소양강이 되고 북한강이 되어 서해로 흘러간다. 미시령 동쪽의 물이 불과 30리 어름에서 동해와 만나는 일에 견주면 물경 천리 길의 절반이 넘는 머나먼 여정이다.

백두대간의 고개로 걸려 매칼없이 녹록한 고개가 몇이나 되랴마는 미시령은 유독 깐깐하고 쟁쟁하다. 굳이 초목의 생리를 따른다면, 비록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결코 휘지는 않는 대쪽같은 성정을 품었다. 그런 품성은 늘 밖으로는 모가 나되 안으로 둥글고, 겉으로는 거칠되 그 속내가 뜻밖으로 여리다. 산천에 그런 고개 하나쯤 걸려 무릇 전범(典範)을 업수이 여기는 바 있다 해도 별다른 뒷탈은 없다. 행여 미시령에 가거들랑 여느 세상에서 쓰던 마음은 단단히 동여매고 허튼 상식의 문은 아예 닫아 거는 게 편하다. 그러나 상피와는 멀다. 미시령은 아무래도 꽤 아름다운 별종일 뿐.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김하돈 글 중에서 발췌


 







너덜지대를 오르며






1327봉을 오르며 바라본 울산바위







1327봉에서의 해돚이


 



1327봉에서 바라본 화채능선과 대청, 중청, 소청봉


 



1327봉에서 뒤 돌아본 대간 길, 1250봉, 저항령, 황철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마등령의 이정표


 



공룡능선을 오르며 뒤 돌아본 대간 길, 오른쪽 봉우리가 1327봉


 



세존봉


 



나한봉


 









공룡능선의 단풍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1275봉 안부의 이정표


 






1275봉을 내려가며 바라본 천화대


 



1275봉에서 200m 내려온 지점의 샘터에서 등산로가 아닌 암릉으로 오르면 볼수있는
골룡바위, 이 바위가 있기 때문에 공룡능선이라 부른다는 그럴듯한 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체능선이 공룡의 등을 닮았다하여 ‘공룡능선’이라 불리고 있다.




 



천화대 우회능선을 오르며 뒤 돌아본 1275봉


 






멀리 서북능선의 귓때기청봉과 용아장성능선,
그리고 내가 가야할 길 가야동계곡이 보인다.






 







신선봉 가기전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관들, 천화대, 울산바위, 달마봉, 노적봉도 보인다.


 






신선봉에서 바라본 대청, 중청, 소청봉



 



무너미 고개, 바로가면 공룡능선, 우측은 천불동계곡, 좌측이 가야동계곡이다.


 






가야동계곡의 상부


 



가야동계곡 중간지점에 있는 이정표


 






가야동계곡의 백미 '와룡연'(와폭이 암반 위로 200m 이상 길게 이어짐)


 















가야동계곡의 단풍


 






소의 물은 맑다 못해 푸른 빛깔을 띠고


 












가야동계곡의 단풍과 천왕문


 









지은지 20년이된 '수렴동대피소' 가야동계곡은 이곳에서 왼쪽으로 이어진다.
수용인원 70명(수렴동1-30명/수렴동2-40명),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이용요금은 3천원이며, 이불은 2천원에 대여해 준다. (전화, 033-462-2576)






맺는말

어제 속초에서 1박 후(고속버스터미널 뒤편) 택시를 이용, 미시령에 도착하니 새벽2시, 다행이 초소에는 아무도 없었고 미리 도착한 버스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리고 있었다. 산행은 초소를 지나 왼편으로 오르며 시작된다. 철조망이 처저있는데 도로가의 끝쪽으로 통과를 했다. 하늘을 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별들이 반짝인다. 동해의 일출은 무난할 듯 싶다. 나무잎과 들풀에는 이슬이 내려 바지가 척척해 진다. 산행 후 1시간이 지나면서 너덜지대가 시작된다. 온통 바위투성이다. 바위역시 이슬 때문에 미끄럽다. 1319봉 정상에 도착하니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젛었다. 한동안 숲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또다시 너덜지대가 시작된다. 황철봉으로 오르는 너덜지대는 유난히 바람이 분다. 이곳에서 잠시 길을 잃었었다. 보이는건 모두가 바위이니 대간종주의 리본은 찿아볼수가 없었다. 손전등을 꺼내 자세히 비춰보니 바위에도 역시 사람의 발자취는 남아있었다. 황철봉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시계를 보니 색벽 4시, 여기까지 1시간 50분이 걸린 셈이다. 빠른것도 느린것도 아니지만 몸은 피로감이 더해진다.

정상에서 내려와 저항령에 당도하니 평평한 넓은 공터가 나오고 여기 저기 텐트를 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길을 먼저 걸은 백두대간 건각들의 휴식처이자 하루밤 보금자리였을 것이다. 마지막 너덜지대를 통과해 1250봉에 오르니 동해의 하늘은 붉어지기 시작했다. 1327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1327봉 정상, 동해바다 저멀리서 붉은해가 떠오른다. 내가 걸어온 대간길도 햇빛을 받으며 붉은색으로 변해가며 단풍의 위용을 드러낸다. 앞쪽으로는 공룡능선이 펼쳐지고 저멀리에 대청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룡능선에 올라서니 나한봉이 반기며 길을 안내해 준다. 짧은 시간을 두고 반대 방향에서(10월2일, 희운각에서 마등령으로 공룡을 넘고) 맛 보는 공룡의 경관은 무슨 말이 필요하랴!! 눈으로 느끼는 감동은 뇌리를 흔들고 영원히 잋지 못할 영상으로 착색시킨다. 아!! 공룡이여 영원하라!! 자손 대대로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세계인에게 골골루 나눠 주라!!

1275봉을 내려와 샘터에서 목을 축이니 그 맛 또한 어떠하였으리!! 마셔본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이 공룡의 물맛!! 희운각대피소 2.8km, 마등령2.3km’라고 적힌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문뜩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공룡바위' 먼저는 무심히 지나쳐 아위음이 많았는데 오늘은 꼭 보고 말리라!! ‘탐방로 아님’ 표시판 뒤로 들어가 암릉을 역으로 오르니 ‘119구조 신고’팻말이 나오고, 내가 찾던 공룡바위도 눈에 들어온다. 이 바위가 있기 때문에 공룡능선이라 부른다는 그럴듯한 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체능선이 공룡의 등을 닮았다하여 ‘공룡능선’이라 불리고 있다

경치에 취해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덧 신선봉에 다다른다. 가까이에 대, 중, 소청봉이 와 있다. 언제 다시 오를지 모를 공룡을 뒤로하고 무너미 고개로 향한다. 무너미고개정상 이정표앞에서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가야동계곡을 물으니 잘 모른다 했다. 하는수없이 지도를 꺼내보니 왼쪽으로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등산로는 보이지 않고 '탐방로 아님' 표시판만 눈에 들어 온다. 일단 표지판 뒤로 발을 들여놓았다. 지도에는 표시가 없지만 아마 이 곳도 자연휴식년제 구간인가 보다. 가야동계곡은 설악산 주능선인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능선 사이에 깊이 파인 골짜기로, 장엄한 기암절벽이 솟구친 가운데 너른 암반과 탕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도 초입부와 상단부의 표고차가 400m에 불과해 유순하기로 이름난 골짜기다. 게다가 천불동이나 구곡담처럼 인공시설물이 들어서 있지 않아 그나마 설악을 안다는 이들만 찾아들기 때문에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야동계곡 들머리는 수렴동대피소와 희운각대피소 두 곳이지만, 대개 수렴동을 기점으로 잡는다.하지만 나는 희운각에서 수렴동대피소로 향한다. 계곡 상부는 지난해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탐방로 곳곳이 소실되고 그나마 남은 등산로도 찿는이가 적어 낙엽만 수북히 쌓여있어 발목까지 쑥쑥들어간다. 봉정암과 오세암의 이정표가 있는 곳 부터는 어느정도 등산로가 나 있다. 하지만 수시로 물줄기를 건너다녀야 하고 비탈진 바위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위험도 따르지만 어느정도 체력과 인내가 필요한 코스이다. 소와 담 그리고 단풍이 어우러진 가야동계곡은 그야말로 속세를 떠난 듯 했다. 가야동계곡의 백미 '와룡연'(와폭이 암반 위로 200m 이상 길게 이어짐)을 지나 용아능선의 암벽과 공룡능선의 단애가 창과 방패처럼 대치하고 있는 형국의 천왕문 앞에서 또 한번 발길을 멈춰섰다. 여기서 40분 정도를 가니 만경대로 오르는 소길이 나오는데 마침 만경대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이 있어 걸리는 시간을 물으니 만경대까지 가는대만 40분이 걸릴다 한다. 아싑지만 만경대는 다음으로 미루며 발길을 재촉하니 수렴동대피소가 보인다. 이곳에서 계곡물로 땀을 씻고 휴식을 취한다. 거금 이천원을 주고 식해를 사며 지은지 얼마나 되었냐고 주인인듯한 여자분에게 물으니 20년이 되었다고 대답한다. 휴식을 마치고 막 출발하려는데 스틱이 미끄러지면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휘어진 스틱을 펴려하니 그만 부러지고 만다.다친데 없냐는 주변의 걱정을 뒤로하고 철다리를 건너 영시암으로 향했다. 영시암에 도착하니 보살님이 찐 감자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도 한개를 받아 요기를 했다. 적당하게 소금기가 밴, 아주 어렸을때 먹어본 그런 감자였다. 백담사로 내려오는 동안 많은 사람과 마추친다. 우리가 일생을 사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될가? 마주치는 얼굴은 각양각색이며 같은 얼굴은 하나도 없다. 아마 생각도 그러할께다. 어느새 백담사앞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2시 20분이다. 2000원을 주고 표 1장을 구입해 셔틀버스에 오른다. 2시 35분에 국립공원매표소에서 하차를 한다. 용대터미날에 도착해 차편을 알아보니 동서울행 4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한다. 한시간의 여유, 동동주로 피로를 달래며 어제와 오늘 걸었던 설악산의 멋진 모습을 떠올린다.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대간길만 걸을수도 있겠지만 천불동계곡의 단풍을 어찌 안보고 그냥갈 수 있겠는가? 덕분에 가야동계곡의 단풍도 볼수 있지 않았는가?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