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령(피재) : 태백과 하장을 넘나드는 35번 국도의 고갯마루이며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이다
□ 낙동정맥 안전기원제 축문
유세차 ―
단기 4347년 갑오년 7월 13일
저희 4050 수도권 산악회 낙동정맥 종주대는 이곳 삼수령에서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모든 생명들을 지켜주시는 百頭大幹 山神領님과 洛東正脈 山神領님께 엎드려 고(告)하나이다.
산을 배우고 산을 닮으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자 모인 우리가, 매년 수없이 산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산과 하나 되는 기쁨으로 충만하며, 안전하게 산행을 하게 해주시는 신령님의 자애로운 보살핌을 어찌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있으리오.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한 산과 골짜기를 걸을 때마다, 조용히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무사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주시는 신령이시여!
이제 저희 4050 수도권 산악회 낙동정맥 종주대 일동은 이곳 삼수령에서 부산 몰운대 까지 장장 400여 km의 낙동정맥 마루금을 걸으려 하옵니다.
아무쪼록 바라옵건데, 무거운 배낭을 둘러멘 우리의 어깨가 굳건하도록 힘을 주시고,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천지간의 모든 생육들은 저마다 나름의 아름다운 뜻을 가지나니, 풀 한포기 꽃 한송이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그 터전을 파괴하거나 더럽히지도 않으며, 새한마리 다람쥐 한 마리와도 벗하며 지나고,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는 그런 산행을 하는 "산을 닮은 사람들"이 되고 싶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저희 낙동정맥 종주대의 멀고 먼 산행길을 굽어 살펴 주시길 바라오며, 이에 정성을 모아 준비한 술과 음식을 바치오니 어여삐 여겨 즐거이 받으시어 흠향하소서!
단기 사천삼백사십칠년 7월 13일
4050 수도권 산악회 낙동정맥 종주대 일동
천지신명이시여!! 큰절 올리오니 무사 완주토록 보살펴 주시옵소서!!
1구간 지도(클릭시 크게 보입니다)
산행일시 : 2014년 7월 13일
산행코스 : 삼수령-매봉산 1145봉-작은피재-구봉산-대박등-유령산-느티고개-우보산-느릅령-통리역
산행시간 : 삼수령(11:45)-매봉산 1145봉(1205)-작은피재(12:25)-구봉산(12:40)-대박등(12:57)-유령산(14:35)-우보산(15:55)-
통리역(16:25), 합계 4시간 40분
산행거리 : 삼수령<-1km->매봉산 1145봉<-0.7km->작은피재<-1.15km->구봉산<-5.6km->유령산<-2.3km->통리역, 합계 10.75km
10시25분에 삼수령에 도착해 안전기원제 지내고 음식을 나눠 먹은 후
11시45분에 낙동정맥 시작점인 매봉산 1145봉으로 백두대간길을 따라 오릅니다.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가 이곳에서 좌측으로 10여분 걸으면 낙동정맥 시작점인 매봉산 1145봉에 도착합니다.
매봉산 1145봉, 백두대간인 동시에 낙동정맥 시작점이다.
일행보다 먼저 도착해 한장의 사진을 남긴다.
2014. 7. 13. 12:05, 우리는 낙동정맥 시작점인 이곳에 모여 힘찬구호를 외치고 출발한다
구봉산 방향으로..
작은피재에 도착
길게 늘어선 행열이 보기 좋습니다.
12:35, 구봉산 도착
매봉산 천의봉(1303.1m)과 1145봉, 봉우리 뒤로는 고냉지 채소재배단지인 동시에 풍력발전단지이다
저멀리 대박등이 조망된다.
매봉산 천의봉과 해바리기 축제때 사용된 조형물
대박등(930.8m) 12:57 도착
통리역 방향으로...
골재 채취로 패어나간 정맥길
유령산 정상 직전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의봉(중앙 맨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함백산(1573m)..좋지 않은 시계로 뿌옇게만 보임
사진 중앙 맨 뒤쪽으로 희미하게 백두대간 덕항산이 조망된다.
유령산 정상, 14:35 도착
1구간 중 제일 높은 유령산
유령산을 내려오는 중간에 늦은 점심을 먹고 휴식 하는 중...
느티고개를 지나고..보이는 건물은 유령산 영당(산신당)
우보산을 오른다.
오늘의 종착지인 통리와 다음구간 최고봉이자 낙동정맥 최고봉인 백병산이 우뚝 솟아 있다.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 낙동정맥을 시작하며..
오늘 우리는 또 하나의 정맥인 낙동정맥길에 발을 드려 놓았습니다.
한반도의 척추에서 분기하여 중요한 아랫부분을 지탱하고 있는 낙동정맥의 거침없는 산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동해의 세찬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대간과 함께 손을 부여잡고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에 너무나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모든 정맥들이 대간이라는 큰집에서 분가하여 엄마품속 같은 모습으로 한반도를 품고 있다면 낙동정맥 만큼은 큰집살림을 그대로 물려받았나 봅니다.
앞서간 이들의 무용담 같은 이야기가 살아있고, 현지인 들 조차 높은 벽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크고 길게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일 수밖에..
洛東江의 어원이 낙양(지금의 상주의 한 지명)의 동쪽이란 뜻이고 상주의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란 뜻에서 붙여졌다면 洛東正脈은 낙동강의 동쪽에 있는 산줄기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영남지방의 가장 큰 물줄기인 낙동강에 수많은 핏줄 같은 실개천을 만들어 내고 물을 날라주는 낙동정맥..
대간길인 천의봉에서부터 낙동강 동쪽에 울타리를 치면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굳건히 지키고 촘촘하고도 충실하게 부산 앞 바다까지 최선을 다해 산줄기를 이어 주었나 봅니다.
낙동정맥은 그 위치 상 국내에서 가장 오지로 손꼽히는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길은 산꾼들에 의해 열려지고 있고, 더 많은 곳이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다가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사나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 채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낙동정맥의 도상거리가 392 km가 넘는 장대한 산줄기에다 산의 너울까지 생각하면 실제 거리는 700 km가 넘는 다는 기록도 보입니다.
우리네 속담 중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먼 길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이겠지만, 너무 욕심 부리지 말라는 의미도 포함된 듯합니다.
낙동정맥은 낙동강보다는 동해와 눈을 마주하며 계속 이어 내려갑니다.
그만큼 동해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숨은 얘기가 많이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옛날에는 먹고 살기위해 바다로 간 것이 아니고 살기위해 바다로 나갔을 것이고 그렇게 생사를 걸고 잡아온 해산물을 내다 팔아야 하는데, 아마도 그 시절에는 낙동정맥은 분명 큰 벽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그래도 넘어야 살아갈 수 있었기에 처한 상황에 순응하며 열심히 넘나들었을 것이고...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들이 가야하는 낙동정맥길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한발짝 옮길 때마다 귀을 쫑끗하게 세우고 그 이야기들을 들으려 합니다.
동해를 끼고 가야하는 낙동정맥길, 우리가 말하는 바다에서 느끼는 낭만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해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막아 김해평야와 같은 옥토를 만들어낸 낙동정맥..
그 칼바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낭만을 얘기하기에는 낙동정맥이 담아낸 이야기들이 너무 크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열정으로 뭉친 리처드 대장님이 이 어려운 낙동정맥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한눈팔지 않고 남으로만 내려가고 있는 정맥길이 길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한반도 지도를 꺼내 들고 보면 한쪽 구석의 외롭게 뻗어가고 있는 산줄기로 보입니다. 그 길을 이제 낙동정맥 종주대원과 함께 걸으려 합니다.
수많은 정맥길이 있기에 대간길이 소중하고 대간의 소임을 다 할 수 있었듯이
대장님의 열정 못지않게 우리의 열정도 함께 해주어야 완주의 기쁨을 함께 누릴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길은 걷는 자는 고독합니다.
길을 걷다보면 외로운 섬처럼 결국 혼자 걷게 됩니다. 함께 걷는 동행인이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눈앞을 여러 풍경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순간이 더 많을 것입니다. 고독한 길이지만 걷지 않은 미지의 길이 있기에, 또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함께 걸을 수 있는 산우가 있기에 난 행복합니다.
완주의 그날까지 우리 함께 파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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